첫시즌 1억 제한이라는 규정에 대해서...

당신들의 KBL - 소탐대실, 근시안자, 순혈주의, 그리고 "망했네요"

제가 이 규정에 유독 화를 내는 이유를 적어보려 합니다.

사실 처음 이 규정만 기사 보도 되었을 때에는 그리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국내 선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했고 나이가 많던 적던간에 그 대우를 국내 선수와 동일시 해준다면 이런 규정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화를 낸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예. 국내 선수와 동일시. 바로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것입니다.

외국인 선수와 같은 3시즌 보유 제한, 강제 계약 해지이라는 규정을 신설한 순간부터 KBL은 이미 귀화 혼혈인 들을 일반 선수들과는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리 나이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 참가하는 선수들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토니 애킨스의 나이가 28살입니다. 이제 새해가 가면 29이 되는 군요.

그런데 이런 선수들의 연봉을 첫 시즌 1억으로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국내 선수와 동일시한다면 제가 이렇게 문제삼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3시즌 보유 제한과 강제 계약 해지라는 규정으로 인해서 외국인 선수와 같은 대우를 해주는 마당에 연봉은 철저히 국내 선수와 동일시한다는 것. 이 것이 문제라고 보는 것이죠.

현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은 두 선수 총합 28만 달러입니다.(작년에 봤던 것인데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면 대략 한명이 14만 달러 가량을 받는다고 봐야죠.

그런데 이번에 참가하는 선수 중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둘 입니다.

유럽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면 최소 10만 달러 이상은 받는다고 봐야 되고, 아마 20만 달러 수준의 연봉은 받는다고 보시면 될 것이구요.

이런 선수 들을 싸게 그리고 전성기만 쓰겠다는 심보가 바로 이번 규정의 단적인 폐해라고 봅니다.

에릭 산드린같은 나이가 좀 있고, 기량은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은 선수가 아닌 현재 최대어로 꼽히는 토니 애킨스를 기준으로 계속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선수의 나이가 내년 29입니다. 29살에 첫 시즌을 뛰게 되고 그 때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1억입니다.
(1억이라는 금액은 말 그대로 최대어만 주는 금액입니다. )

그렇다고 해서 이런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두번째 시즌에 그리 많은 연봉 인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일례로 첫 시즌 대 활약을 펼쳤던 김주성의 몸값이 두번째 시즌 1억 6000만원이었습니다. 당시 센세이션한 활약을 이끌었던 것을 감안해서 100%라는 인상을 해준 것이죠. 첫 시즌 신인 최대 연봉이 8000만원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 계약도 당시에 매우 파격적이라고 평가를 받았었습니다.(당시 우승을 이끌었던 중심에 있었던 선수였기 때문이죠. 기량을 떠나서 이정도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선수가 혼혈 귀화 선수라고 해서 많을 거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즉, 아무리 대단한 활약을 펼치더라도 대부분 100% 인상 정도에서 마무리될 확률이 크다는 겁니다.

서장훈의 연봉이 4억입니다. 두번째 시즌 센세이션한 활약을 해서 2억 정도로 계약을 하고 세번째 시즌 역시 센세이션한 활약을 보여준다고 해도 4억 이상의 몸값을 받기가 쉬울까요? 여전히 서장훈의 위치는 KBL 내에서 대단합니다.

그리고 샐러리 캡에 제한을 받는 한 김주성 급 이상의 선수라 하더라도 세번째 시즌에는 4억 이상을 받기가 힘들 것입니다.

바로 이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젊은 축에 속하는 애킨스조차 29살에 리그 첫시즌을 맡습니다.

그러면 세번 째 시즌에 비로소 4억 가량을 받는다 해도 나이는 이미 32살입니다. 이미 전성기는 내려올 시점이라 볼 수 있고, 이 경우 FA도 아니기 때문에 장기 계약도 불가능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냥 용병과 같은 개념인 것이죠.

저 또한 농구계에서 사용되는 용병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안 좋아합니다만, 이런 규정을 보면 정말 선수를 용병으로 쓴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이렇게 돌려 쓰게 될 혼혈 귀화 선수들이 과연 FA로써 인정이나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제가 가장 화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애초에 외국인 선수처럼 세시즌 보유 제한 강제 계약 해지 규정을 만들었다면 연봉도 샐러리 캡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협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줬어야 했습니다.

드래프트도 따로 하고 세 시즌만 쓰면서, 정작 연봉은 국내 선수 수준으로 준다. 말이 좋아 국내 선수 수준이지 이것은 말 그대로 차별의 집대성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듭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된 사람들을 이렇게 차별하는 것이 당연시된다는 것에 치가 떨리네요.

그리고 이번에 오는 선수들중 몇몇은 유럽 리그에서도 통하는 수준 높은 선수들인데, 첫 시즌 연봉을 원래 연봉의 1/2도 안 주겠다는 심보가 너무 고약해 보여서 화가 납니다. 돈은 돈대로 안 주면서 또 쓰기는 최대한 써보겠다는 심보인 것이겠죠.

정말 최악이라는 말 밖에 안 떠오릅니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이번에 참가할, 그리고 앞으로 참가할 선수들 중 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선수들이 그리 많을 거라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토니 애킨스같은 선수들은 대단한 선수지만 지난 시즌 에릭 산드린의 경우에서도 보였듯이 국내 리그가 그리 적응이 만만한 리그는 아닙니다.(산드린도 서머리그 2회 참가를 한 전도 유망한 선수였습니다.)

국내 리그가 수준이 다소 낮다고 말하지만, 사실 가드들이나 포워드들이 적응하기에 녹록한 리그는 또 아닙니다.

전술의 다양성과 수비 위주의 전술. 하프코트 오펜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실 상당히 난해하고 적응이 어려운 리그가 바로 KBL입니다.

그럼에도 어르신들은 이번에 이런 멋지고도 멋진! 규정을 내놓았습니다.

애초에 자신들의 리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면 이런 규정 자체가 나올리가 없었겠죠.

자부심도 없고 이권만 노리는 이번 결정.

전 정말 화가 납니다. 농구팬인 것이 화가 날 정도입니다.

by 불꽃앤써 | 2008/12/23 17:19 | 농구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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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Hadrianius at 2008/12/23 17:36
자국내 선수를 저런식으로 보호하려니 참 문제라 봅니다. 물론 무지하게 쎈 선수들이 들어와서 박살난 97-98시즌의 사례도 있지만 요새 KBL이 그렇게 만만한가요?
아무리 이스라엘 리그 박살내고 왔다고 해도 산드린은 뭐 그정도 아니었나...
Commented by 불꽃앤써 at 2008/12/23 19:03
좀 답답합니다. 걱정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나 이정도까지 보호막을 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또 차라리 안 받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이번 결정은 돈은 안 주고 최대한 쓰겠다는 목적이 다분한 것으로 보여서 그리 좋아보이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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