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누나를 본받아라.

두 경기를 통해 드러난 하승진 선수의 영향력. 의심의 여지는 없다.

놀라운 키를 이용하는 능력은 점차 진화하고 있고, 일단 가운데에서 중심만 잡아줘도 그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도 부족한 부분은 많이 보이는데
(사실 NBA에서도 국대에서도 보이던 고질적인 문제점이 여전히 보인다. 삼일상고 시절 이후로는 압도적이지 못한 부족한 부분들이 몇 가지 있는데 아직도 그 부분이 많이 보인다.)

가장 아쉬운 체력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크니 넘기고 다른 부분을 얘기해본다면,

역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포지셔닝 능력이다.

하승진을 막는 선수 중 수비를 과감하게 오버 가딩으로 막는 선수는 사실 현 시점에서 몇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오버 가딩은 고급 기술이고 앞 선에서 패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인지라 자칫 패스가 키를 넘기면 그대로 오픈 찬스가 나온다.
과거 매리언이나 보웬 등이 이런 수비를 참 잘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개인적으로 KT&G나 동부와 붙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은데, 두 팀에서는 오버 가딩이 나올 여지가 크다.개인적으로는 포지션은 다르지만 양희종과 하승진의 매치업이 궁금하기도 하고.
(아마도 경기 중 몇 번은 부딪칠 것이다. 원래 양희종의 센터 수비력은 대학부터 정평이 나있다. 오버 가딩도 나올 확률이 클 듯싶고)

여하튼, 워낙에 키가 큰 선수이니 어쩔 수 없이 뒤에서 막는 경우인데, 이 경우 하승진의 포지셔닝 능력은?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개인적으로 정선민 선수나 그의 누나인 하은주 선수의 포지셔닝을 본받으라고 해주고 싶은데…….

포지셔닝은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포지셔닝은 무게 중심의 오묘한 이치가 녹아 있는 굉장한 고급 기술이며, 무게 이동에 따라서 상대의 움직임을 역이용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이다.

단순히 포지셔닝을 힘으로만 한다면 그것은 큰 메리트가 없다.
(무게 중심의 중요성은 슬램덩크에서도 잠시 나온 적이 있었다. 강백호가 산왕 전에서 신현필을 수비할 때)

정선민 선수는 무게 중심을 위아래, 옆으로 굉장히 교묘하게 움직이면서 상대의 한 면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자신이 그 한 면을 완전히 차지하고 들어가면서 패싱이 들어올 수 있는 동선을 만들어 준다.

이것이 포지셔닝의 기본이 되는 기술이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한데
(하은주 선수도 키 대비 포지셔닝이 상당히 좋은 선수이다. 신정자 선수에게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하승진 선수는 이런 무게 중심의 이동이 아직 전혀 없다.

하승진 선수의 포지셔닝 시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면, 두 다리를 기마 자세로 잡고 어깨와 팔 등을 이용해서 힘으로 상대를 밀어내는 모습이 보이는 데 엄밀히 말해서 이것은 피지컬이 되는 선수일 경우 하승진 선수보다 무게 중심만 낮게 유지하면 버텨낼 수 있다.
(오늘 레더가 잘 버텨내던 데 그 것도 결국 무게 중심을 낮추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다 자신의 무게 중심을 낮출 줄 아는 모습. 상하 좌우 로 유연하게 바꾸는 모습이 필요하다.

다이어트를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는 130kg이 넘는 거구다.

사실 그가 무게 중심을 낮추고 제대로 포지셔닝을 잡아내면 그를 막아낼 선수는 전혀 없다.
그는 그것을 알았으면 한다.
(바클리가 많이 했던 엉덩이로 미는 기술. 그것도 포지셔닝의 기술이다. 물론 잘 구사 못하면 바로 공격자 파울이지만)

둘 째. 볼캐칭과 볼 키핑.

센터의 기본 덕목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의 개선은?

아직도 아쉽다.

분명 발전은 했다.

국대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던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고, 캐칭은 특히 꽤나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볼이 날아오는 방향에 맞춰 손이 움직이지 못하며, 키핑 시 가슴에 모으는 동작이 늦다.

캐칭 또한 무게 이동이 중요하다.

빠른 볼이 날아올 때 그에 맞춰서 손을 살짝 뒤로 빼면서 볼을 받는 기술이라던 지.드리블이 이어질 수 있게 한 손으로 볼을 쳐 내리는 기술이라던 지. 이런 것들은 모두 캐칭의 기술이다.

그리고 가드의 패스를 받아야만 비로소 힘을 내는 센터라면 캐칭의 안정화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분명히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까지 하승진 선수의 캐칭은 유연하지 못하다.

자연스러운 무게 중심의 이동이 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점인데, 이 부분이 개선되면 연결동작으로 이어지는 포스트 업의 효율성도 증가할 것이고, 후속동작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키핑. 아직 볼을 잡은 이후 가슴으로 모으는 동작이 다소 느리다.(캐칭이 부드럽지 못해서 오는 문제점도 크다.)

키핑이 튼튼하면 스틸이 와도 그 스틸을 파울로 만들 수 있고, 리바운드 후에도 완벽하게 볼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불안함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져 빼주는 패스에도 상당히 유용하다.


보다 빠르게 볼을 가슴으로 모으고, 또한 그 자세를 튼튼히 유지하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세 번째. 리바운드 시 먼저 위치를 선점해라.

정선민 선수 얘기를 자꾸 하게 되는 데 그녀가 이제는 베테랑임에도 전혀 리바운드에서 흔들림이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위치를 선점하기 때문이다.

정선민 선수는 리바운드를 힘과 키로 잡지 않는다.

볼의 낙하지점 등을 잘 캐치하며 또한 위치를 잘 잡는다.

박스 아웃 등은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치 선점 능력이다.

위치 선점이 안 되면 박스 아웃을 미리 들어갈 수 없어서 힘이 강한 선수에게는 밀리기 마련이지만, 정선민 선수의 경우에는 먼저 위치를 선점하기 때문에 볼을 잡는 데 한층 용이하다.

거기에 간간히 나오는 상대보다 먼저 올라가서 상체로 상대의 점프 자체를 저지하는 리바운드 기술 또한 이런 예측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승진 선수는 유독 뒤에서 볼을 잡아채는 것이 많다.

이것은 키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장점이겠지만, 사실 박스 아웃이 안 된 상태에서 볼을 잡아채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의 박스아웃에 말리면 볼에 다가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분이 유독 많은 것은 아직 위치 선점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러한 부분에서 발전하려면 먼저 볼의 낙하지점에 대한 많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기술도 중요한 요소이다.)

과거 리바운드를 지배했던 데니스 로드맨은 선수들의 테이프를 반복 시청하면서 각각의 버릇과 슈팅 궤적, 많이 떨어지는 낙하지점 등을 수도 없이 연구했다고 하였다.

그런 연구가 뒷받침되었기에 그런 가공할만한 리바운드 능력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바클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승진 선수의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이상으로 하승진 선수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사실 현재로써도 하승진 선수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용병 선수가 자리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 KBL에서 얼마 만에 보는 장관인가.


하지만 아직 그는 더 발전할 여지가 있고, 그의 잠재력은 그의 키만큼이나 무궁무진하다.


하승진. 이 세 글자가 대한민국 농구계에 큼지막하게 아로새겨질 그 날을 기대해 본다.

by 불꽃앤써 | 2008/11/02 22:21 | 필리 외 농구이야기. | 트랙백(1)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awlee.egloos.com/tb/104460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redbaron's m.. at 2008/11/03 08:56

제목 : RedBaron의 생각
아..아... 승진아!!!!(기본기 크리..ㅠ_ㅠ)...more

Commented by 에라이 at 2008/11/03 03:12
조금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농구 재능만큼은 누나 쪽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선수 모두 타 선수들에 비해 좀 많이 큰 신장을 자랑하는 편이지만 포지셔닝,슛터치,볼키핑 능력 등 대부분의 부분에서 하승진이 좀 떨어지는걸로 보입니다. 포지셔닝이나 이런건 시간이 좀 흐르고 나면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볼 키핑 같은 부분은 아무래도 좀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손의 감각이나 순발력 이런 게 아무래도 선천적으로 좀 떨어지는 느낌이라...몸이 기술적인 부분을 못 받아들이는(게임의 최소 사양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컴퓨터 같이) 케이스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본문 중간의 그 양희종의 하승진 수비...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대학 때 연대 경기 보면 한동안 센터가 없어서 김재환-양희종으로 더블포스트를 구성하는걸 참 많이 봤었는데 원래 센터인 김재환보다 오히려 센터 수비를 잘하는 양희종을 보면서 수비 감각도 타고나는건가 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블록슛 타이밍 잡는 능력(이건 지금 생각해보면 윤호영 못지 않았던듯 싶은데...)도 그렇고 상대 포스트업에 대한 수비도 적당히 몸 비벼주면서 밸런스 흐트러뜨리는 식으로 잘하고, 원래 포지션 때문에라도 능한 가로수비까지 다 잘했던 기억입니다. 그맘때는 진짜 1번부터 5번까지 수비 다 할 수 있어 보였는데...하여튼 이래저래 수비 참 잘하는 선수입니다


.
Commented by 불꽃앤써 at 2008/11/03 04:32
아무래도 누나는 정말 타고난 센스를 가졌죠. 거기에 정선민과 전주원이라는 멘토 들을 만나서 팀 플레이의 정석을 더욱 깊이 체득하고 있구요. 반면 하승진은 이제야 서장훈이라는 멘토를 만났으니... 그래도 허재 감독도 김주성 프로 초기 시절 멘토 역할을 해준 분이니만큼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현재 발전 토양은 상당히 좋은 듯 싶습니다. 출장 시간 조절도 상당히 잘 시켜주고 있구요. 사실 에라이님 말씀처럼 키핑이나 캐칭은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실 캐칭은 조금 타고나는 경향도 있죠. 그래도 연습으로도 어느정도까지는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어느정도까지 발전할지가 관건이네요.

어찌 되었든 현재로써는 정말 대체할 수 없는 국대 최고의 센터 자원이니만큼 그저 최대한으로 발전해주었으면 합니다. 이제라도 KBL로 돌아와서 다행이예요. 사실 NBA가서 하승진 선수는 발전보다는 정체된 느낌이 강했으니까요.(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방성윤 선수의 꾸준한 도전은 도전 그 자체에는 상당한 경의를 표합니다.^^)

에라이님 회상을 들으니 그 시절의 양희종이 떠오르네요. 사실 탄력이 정말 뛰어났던 선수였는데, 부상 이후 갑자기 웨이트가 늘어나고 탄력이 줄어들면서 지금의 양희종이 되었죠. 그 시절부터 그 특유의 5인 전원 수비 매커니즘이 생긴 듯 합니다. 에라이님 말씀처럼 때마침 연대에 센터가 참 부족했기도 하구요.

여하튼, 두 선수가 친분이 두텁기도 하고 상당히 재밌는 매치업이 될 듯 합니다. 정말 몇 분만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양희종은 블락도 그렇지만, 리바운드 위치 선정도 정말 좋았죠. 참 여러모로 대단했던 선수였다는... 올 시즌 비상해야죠.^^ 그런데, 정말 이런 선수들 보면 수비도 타고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에라이 at 2008/11/03 18:54
리플 달고 생각해보니 양희종과 하승진은 중,고,대학까지 모두 선후배 사이...하핫;; 사실 04년에 하승진을 리쿠르트 하면서 같은 해에 빅맨을 제대로 영입 안 했다가 하승진이 미국 가는 바람에 양희종이 포스트에서 수비할 수 밖에 없었던거였죠. 재밌는 인연입니다
Commented by 불꽃앤써 at 2008/11/04 01:12
그렇네요. 정말. 하승진 선수 미국 간 이후 양희종의 수비 비중이 늘어난 경향도 있죠. 두 선수 모두 서로를 의식하는 인터뷰를 하던데 재미있습니다. 하승진 선수는 양희종 선수를 만나면 블락하겠다고 했고, 양희종 선수는 스틸하겠다고 했는데요. 과연... 어떤 말이 실현될까요?^^
Commented by Nana at 2008/11/03 17:56
아직 KCC경기를 한 번도 보지 못해 기대하고 있어요 하승진선수 :)
어제 SK vs LG 경기 보고 왔는데, 김민수선수는 자리잡지 못하고 붕 떠있는 느낌인데 반해 기승호선수는 요리조리 잘 뛰어다니며 요소요소에 잘 묻어나더군요.
링크 납치해갑니다. 'ㅂ'//
Commented by 불꽃앤써 at 2008/11/04 01:10
링크 감사합니다. 기승호 선수 평가가 프리시즌부터 상당히 좋았죠. 대성할 재목으로 보입니다.

종종 들려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